[유가 100달러] 증시 전반에 `먹구름'
전문가들 "수급 악화와 겹쳐 단기조정 불가피"
플랜트.대체에너지 `수혜'..석유화학.운송은 비용부담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 2004년 9월 배럴 당 50달러를 넘어선 이후 3년여만에 배럴당 100달러 고지에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 및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과 더불어 국내 증시의 수급이 최근 상당히 악화됐다는 점을 들어 `유가 100달러' 시대가 증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 "수급악화 겹쳐 단기조정 불가피" =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가 국내 증시에 상당한 심리적 충격을 줄 것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휘발유나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상승은 물론 석유가 모든 산업의 기초 원자재인 만큼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교보증권의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증시가 여러 악재를 무시하고 오직 위만 보고 달렸지만 이제 고유가, 원화강세, 미국 경기둔화 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증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고유가로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침체 압력에 맞설 여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지난해 말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11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각국의 인플레이션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더불어 최근 국내 증시의 수급 악화는 증시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한층 키우고 있다.
새해 첫날인 2일 코스피지수가 43포인트나 급락한 것은 지난해 말 6조5천억원에 달한 프로그램 매매 차익거래잔고의 일부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프로그램 매도가 5천387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의 이승재 애널리스트는 "프로그램 차익거래잔고는 6조원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아직도 5천억원 가량의 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증시는 수급 측면에서 어려운 국면을 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수년 간 고유가에 적응해 온 만큼 고유가가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견조한 성장과 글로벌경제에서 중화학공업의 비중이 감소한 점 등이 고유가의 영향을 제한적으로 만든데다 국내 기업과 경제의 펀드멘털이 튼튼한 만큼 증시도 중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업종별로 `희비' 엇갈려 = 고유가가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고 일부 업종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일부 업종은 `고유가 수혜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표적인 수혜업종으로는 고유가로 막대한 오일달러를 벌어들이는 중동국가가 발주하는 대규모 플랜트 및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를 수주할 역량을 지닌 국내 건설.플랜트업계가 꼽힌다.
지난해 국내 건설.플랜트업체가 해외에서 수주한 금액은 398억달러로 연간 실적으로 사상 최고였던 2006년(165억달러)의 무려 2.4배를 기록해 해외 건설시장 개척사에서 신기원을 이뤘다.
고유가로 인해 대체에너지가 큰 관심을 끌면서 풍력발전 및 태양광발전과 관련된 업체도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현대증권의 한병화 애널리스트는 " 풍력발전의 경우 주요 풍력발전 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단조업체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들 부품은 현재 공급부족 상황이어서 단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태양광발전 부문에서는 태양전지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폴리실리콘이나 모노실란트 등을 제조하는 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조선 부문에서도 고유가로 인해 심해 석유시추선 등의 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들 선박 제조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반면 화물 운송에 석유를 주연료로 사용하는 항공이나 해운업체 그리고 주재료가 원유인 석유화학업종은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대신증권의 안상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9월 이후 급등한 국제유가의 영향으로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수익성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유가 수준은 석유화학업체들에 단기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 더해 고유가의 파장으로 미국의 경기둔화가 가속화될 경우 미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나 IT업종도 피해가 우려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유가 100달러] 섬유·유화업계 등 비상
새해 첫거일부터 국제원유 값이 100달러를 돌파하자 직격탄을 맞는 섬유업계 등에서는 존망까지 걱정하는 등 유가상승에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석유제품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섬유와 석유화학, 항공업 등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충격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반면 전자나 자동차, 유통업은 중간 부품 가격 인상이나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간접 영향을 우려하면서 국제유가 변동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 유가 상승에 휘청대는 업종 = 섬유업종은 유가가 오르면 제조원가가 상승하지만 제품 가격은 올리기 어려워 유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있다. 제품이 생활소비재 성격을 띄기 때문에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시키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또 섬유업종은 생산시설 가동시에 에너지 소비가 많은 편인데다 중소규모 업체가 많기 때문에 타격이 더욱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화되지 않은 일반 제품을 만드는 업체일 수록 부담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섬유산업연합회는 중소 섬유업체들이 당장의 유가 쇼크를 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시적으로 전기료를 낮춰주거나 LNG 특소세를 조정해주는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이미 비상경영을 하고 있지만 유가 100달러가 지속될 경우 운임 인상이나 비수익노선 폐지까지 검토해야하는 처지다. 다만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고유가 부담을 어느정도 상쇄하고 있다.
유화업계도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상승하는 부분을 판매 가격에 바로 반영할 수 없어 어려운 상황이다.
PTA 생산업체의 경우 생산자와 수요자 사이에 이견이 워낙 커서 가격을 결정하는데 진통을 겪고 있으며 일부는 감산까지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삼성토탈은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원가 부담이 연 300억원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을 한푼이라도 절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간접 영향에 촉각세운 업종 = 전자업계는 석유제품을 원자재를 쓰지 않기 때문에 직접 충격은 받지 않지만 고유가 현상이 부품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산업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가 뿐만 아니라 환율 등 외부 환경의 변화를 항상 모니터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고유가가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떨어뜨려 차량 판매에 일정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각 완성차 업체는 고유가가 제조원가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가 절감 대책을 수립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동시에 고유가 문제가 지속될수록 `친환경, 고효율, 저연비` 등 차량 개발에 대한 부담이 증대된다는 점에서 이에 초점을 맞춘 기술 개발 및 대체차량 개발 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업계는 소비심리가 위축돼 매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비해 운영비 절감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달부터 사무실 실내 온도를 예년보다 3도 가량 낮은 20도 정도로 조절하는 대신 옷을 덧입고 일하는 `웜비즈(Warm-biz)`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롯데마트도 의정부점 등 10개 점포의 냉난방 시설에 30%의 절전효과가 있는 특수장치를 설치했다.
◇ 영향 덜받는 업종 = 조선업계는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인 만큼 고유가 논란에서는 다소 비켜나있으며 오히려 득을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가가 오를수록 그동안 개발비용 등으로 주저했던 심해유전 개발이 활발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해양플랜트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다만 고유가가 장기화되고 세계 경기가 침체된다면 물동량이 감소하고 새 선박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가 변동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운임 할증료가 고유가를 상쇄하고 있어 경영에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다. 해운은 유가가 올라가더라도 운임 요율표에 일정 부분 자동적으로 반영돼 화주들이 추가 운임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운임 인상분을 100% 반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가 인상이 반가울리 없다.
[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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